- 평점
- -
- 감독
- 코랄리 파르쟈
-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욕망의 문법, 시작했으면 끝까지
개봉일 : 2024.12.11.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고어, 바디호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코랄리 파르쟈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에서 훌륭한 작품들이 처음 소개되는 특별한 자리이다.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는 나에게 첫 영화제였기에, 그 기대감이 더욱 컸다. 수많은 상영작이 담긴 카탈로그를 보며,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들이 있었다. 바로 <아노라>, <룸 넥스트 도어>, 그리고 <서브스턴스>였다. 이 작품들은 각각 칸 영화제와 베니스 영화제에서 주요 경쟁 부문 상을 수상한 화제작일 뿐만 아니라,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에서 뛰어난 조연 연기를 선보인 마가렛 퀄리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서브스턴스>의 표를 구하지 못해 부산에서 직접 관람할 수는 없었다. 대신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만난 <서브스턴스> 팬들의 열정적인 후기를 들으며, 국내 개봉을 기다리는 설렘이 한층 커졌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받고 명예의 거리에 입성할 만큼 사랑받는 대스타였다. 명예의 거리 엘리자베스의 별은 금이 가고, 더러 오물이 묻힌 채 방치되는 등 시간이 지나, 할리우드의 중심에서 밀려난 그녀의 위치를 너무 처참하게 몰아세웠다. 프로듀서 하비에게 끔찍한 무례를 당하며, 유일한 출연작인 에어로빅 쇼에서도 겨나며, 스타로서의 정체성을 제거 당한다. 해고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사고까지 당한다. 모든 것이 무너 최악의 생일을 맞이한 엘리자베스는 인생을 바꿔줄 약물을 접하게 되고, 아름답고 젊은 여성 ‘수’의 삶을 새롭게 태어난다.
- 영화 <서브스턴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의 완벽한 호흡
<서브스턴스>는 여성의 노화와 자기혐오, 그리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강요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중심으로 한 강렬한 주제를 다룬다. 데미 무어와 마거렛 퀄리의 연기는 영화의 핵심 주제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각각의 역할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미 무어가 소화한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한때 찬란했던 할리우드 스타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업계에서 소외된다. <사랑과 영혼>에서의 메가 히트 이후 연이은 작품들의 부진으로 추억 속 스타로 전락해 버린 데미 무어의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젊음을 되찾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며, 망가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무어는 이 캐릭터가 겪는 자기혐오와 절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특히 거울 앞에서 자신을 꾸미다 결국 외출을 포기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어는 영화 후반부에 걸쳐 점점 더 파괴되어 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주며, 과감한 분장과 감정선 표현을 통해 캐릭터의 비극적 몰락을 극대화했다. 이는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를 넘어, 엘리자베스가 느끼는 내적 고통과 상실감을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전달한다.
마거렛 퀄리는 엘리자베스의 젊고 매력적인 분신인 수를 연기하며, 영화 속에서 완전히 다른 에너지를 발산한다. 수는 젊음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등장하지만, 점차 자신의 욕망과 나르시시즘에 사로잡혀 엘리자베스를 파괴로 몰아넣는다. 수의 활기차고 대담한 성격을 생생히 표현하면서도, 그녀가 내면적으로 갈등하고 점점 더 파괴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단순히 젊은 버전의 엘리자베스를 연기하는 것을 넘어,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수를 완벽히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엘리자베스와 수라는 두 인물이 사실상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립하는 복잡한 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결론적으로, <서브스턴스>에서 데미 무어와 마거렛 퀄리의 연기는 단순히 스토리를 넘어, 여성성, 자기수용, 그리고 사회적 기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높였다. 연기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노화와 젊음에 대한 사회적 강박관념이 개인에게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강렬하게 부각했다.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 여성들이 직면하는 내적·외적 폭력을 생생히 드러내며, 각자의 커리어 최고의 연기로 손꼽힐 순간을 만들어냈다.
https://youtu.be/LKZ-KNy24RM?si=GRXoPy_crxd--2zU
탁월한 미장센, 사운드트랙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넘어 관객의 감각을 총체적으로 사로잡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오프닝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서브스턴스 약물을 노른자로 실험하는 기이하면서도 직관적인 장면은 관객들을 단숨에 영화 속 세계로 끌어들이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든다. 이러한 독창적인 연출들은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채 대비와 함께 깊은 인상을 남긴다. 화면 속 색감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영화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관객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된다.
또한, <서브스턴스>의 음악은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전자음악 작곡가 래퍼티의 실험적인 스코어는 영화의 초현실적이고 실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서사와 주제를 심화시킨다. 덥스텝과 같은 전자음악 요소, 금속성 소리, 지속음 등은 폭력적이고 거친 느낌을 전달하는 동시에 불편함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침묵과 소음을 교차시키는 방식은 공간감을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독특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음악적 접근은 단순히 감정을 고조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 속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체감하게 만든다. 시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예술성과 실험성을 모두 갖춘 독보적인 영화로 자리매김한다.
두 사람 결국 하나


고전 속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를 연상시키는 의문의 약품 판매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한 가지만 절대 잊지 마세요. 당신은 하나입니다. 당신 스스로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영화 속 엘리자베스와 수는 동일 인물이다. 둘은 하나이기에 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의식이 없는 수를 바라보는 엘리자베스의 애정 담긴 시선이 탄생 직후 자신의 몸을 예찬하는 듯한 수와 닮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엘리자베스와 수라는 두 인물이 사실상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립하는 복잡한 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엘리자베스가 수를 탄생시킨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살아남고자 했던 욕망의 결과물이었고, 수는 이를 착실하게 수행한다. 수는 탄생과 동시에 방송사와 접촉하고, 대중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이해한 듯 방송을 지배한다.
욕망은 끝이 없다. 부활을 꿈꾸는 이전 세대 스타의 야심과 삶의 주체성을 지키고 싶은 욕망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이러한 모순된 욕망은 서로를 부정하며, 개인의 몰락을 향해 질주한다. 수에게는 엘리자베스의 사진은 실패한 스타, 무기력하게 늙은 자신에 대한 혐오의 표현이다. 반면에 엘리자베스에게 새로운 스타 수의 탄생을 선언하는 듯한 광고판의 엘리자베스 스파클, 온전했던 자신을 갉아먹는 악마와 같다. 하나의 자아를 서로 다른 두 육체 번갈아 담는 실험적인 설정은 <서브스턴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두 자아가 분열되고 점차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전개를 통해 개인과 사회적 배경으로 인한 외모에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폐해를 강조한다.
욕망의 문법, 시작했다면 절대 놓아주지 않는

흔히 인터넷상에서 여러 작품을 평가할 때 "뇌절"이라는 밈을 자주 차용한다. 이는 과도함과 적당히 멈추지 못하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무리한 전개, 늘어지는 극의 길이로 인해 개연성과 메세지의 중심을 놓치고, 작품성이 붕괴되는 작품들이 여러 등장 하면서 뇌절하는 영화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서브스턴스의 결말은 멋진 뇌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젊은 복제체 수와의 갈등이 극한을 치닫고, 두 인물이 합쳐져 괴물 같은 존재인 "몬스트로 엘리자수"로 변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이야기의 마침표가 어울리는 시점이 많았지만, 코랄리 파르쟈 감독은 끝내 끔찍한 괴물, 몬스트로 엘리자 수를 탄생시키는 뇌절의 단계에 도착한다. 어떤 관객들도 상상하지 못했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속 과격한 수위의 연출 속에서 적응했던 관객들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는 엔딩 시퀀스이며, 대중들의 폭력적인 요구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개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과감하게 보여준다. 현대 사회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여성의 외모와 나이에 집착하는 문제를 강렬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마지막 한 걸음을 더 내딛을 용기가 영화의 탁월한 마무리를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바디 호러, 서스펜스 영화로서는 장르팬들을 만족시킬만한 반전이며. 현대 사회 속 여성에 대한 시선, 외모와 나이에 대한 강박, 이를 부풀리는 탐욕적인 미디어 업계에 대한 목소리를 도전적인 결말 선택을 통해 완성시켰다. 정치적 올바름(PC)을 표방하며, 관객 수 계산에만 몰두한 영화들이 많은 근래이다. 이런 흐름 속 서브스턴스의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은 모범적인 사회 비판 영화, 장르 영화의 엔딩에 대한 헌사임을 확신한다.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도전적이고도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서브스턴스
★4.0/5.0 욕망의 문법, 시작했으면 끝까지
- 평점
- -
- 감독
- 코랄리 파르쟈
-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욕망의 문법, 시작했으면 끝까지
개봉일 : 2024.12.11.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고어, 바디호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코랄리 파르쟈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에서 훌륭한 작품들이 처음 소개되는 특별한 자리이다.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는 나에게 첫 영화제였기에, 그 기대감이 더욱 컸다. 수많은 상영작이 담긴 카탈로그를 보며,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들이 있었다. 바로 <아노라>, <룸 넥스트 도어>, 그리고 <서브스턴스>였다. 이 작품들은 각각 칸 영화제와 베니스 영화제에서 주요 경쟁 부문 상을 수상한 화제작일 뿐만 아니라,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에서 뛰어난 조연 연기를 선보인 마가렛 퀄리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서브스턴스>의 표를 구하지 못해 부산에서 직접 관람할 수는 없었다. 대신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만난 <서브스턴스> 팬들의 열정적인 후기를 들으며, 국내 개봉을 기다리는 설렘이 한층 커졌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받고 명예의 거리에 입성할 만큼 사랑받는 대스타였다. 명예의 거리 엘리자베스의 별은 금이 가고, 더러 오물이 묻힌 채 방치되는 등 시간이 지나, 할리우드의 중심에서 밀려난 그녀의 위치를 너무 처참하게 몰아세웠다. 프로듀서 하비에게 끔찍한 무례를 당하며, 유일한 출연작인 에어로빅 쇼에서도 겨나며, 스타로서의 정체성을 제거 당한다. 해고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사고까지 당한다. 모든 것이 무너 최악의 생일을 맞이한 엘리자베스는 인생을 바꿔줄 약물을 접하게 되고, 아름답고 젊은 여성 ‘수’의 삶을 새롭게 태어난다.
- 영화 <서브스턴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의 완벽한 호흡
<서브스턴스>는 여성의 노화와 자기혐오, 그리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강요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중심으로 한 강렬한 주제를 다룬다. 데미 무어와 마거렛 퀄리의 연기는 영화의 핵심 주제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각각의 역할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미 무어가 소화한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한때 찬란했던 할리우드 스타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업계에서 소외된다. <사랑과 영혼>에서의 메가 히트 이후 연이은 작품들의 부진으로 추억 속 스타로 전락해 버린 데미 무어의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젊음을 되찾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며, 망가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무어는 이 캐릭터가 겪는 자기혐오와 절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특히 거울 앞에서 자신을 꾸미다 결국 외출을 포기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어는 영화 후반부에 걸쳐 점점 더 파괴되어 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주며, 과감한 분장과 감정선 표현을 통해 캐릭터의 비극적 몰락을 극대화했다. 이는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를 넘어, 엘리자베스가 느끼는 내적 고통과 상실감을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전달한다.
마거렛 퀄리는 엘리자베스의 젊고 매력적인 분신인 수를 연기하며, 영화 속에서 완전히 다른 에너지를 발산한다. 수는 젊음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등장하지만, 점차 자신의 욕망과 나르시시즘에 사로잡혀 엘리자베스를 파괴로 몰아넣는다. 수의 활기차고 대담한 성격을 생생히 표현하면서도, 그녀가 내면적으로 갈등하고 점점 더 파괴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단순히 젊은 버전의 엘리자베스를 연기하는 것을 넘어,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수를 완벽히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엘리자베스와 수라는 두 인물이 사실상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립하는 복잡한 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결론적으로, <서브스턴스>에서 데미 무어와 마거렛 퀄리의 연기는 단순히 스토리를 넘어, 여성성, 자기수용, 그리고 사회적 기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높였다. 연기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노화와 젊음에 대한 사회적 강박관념이 개인에게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강렬하게 부각했다.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 여성들이 직면하는 내적·외적 폭력을 생생히 드러내며, 각자의 커리어 최고의 연기로 손꼽힐 순간을 만들어냈다.
https://youtu.be/LKZ-KNy24RM?si=GRXoPy_crxd--2zU
탁월한 미장센, 사운드트랙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넘어 관객의 감각을 총체적으로 사로잡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오프닝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서브스턴스 약물을 노른자로 실험하는 기이하면서도 직관적인 장면은 관객들을 단숨에 영화 속 세계로 끌어들이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든다. 이러한 독창적인 연출들은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채 대비와 함께 깊은 인상을 남긴다. 화면 속 색감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영화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관객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된다.
또한, <서브스턴스>의 음악은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전자음악 작곡가 래퍼티의 실험적인 스코어는 영화의 초현실적이고 실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서사와 주제를 심화시킨다. 덥스텝과 같은 전자음악 요소, 금속성 소리, 지속음 등은 폭력적이고 거친 느낌을 전달하는 동시에 불편함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침묵과 소음을 교차시키는 방식은 공간감을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독특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음악적 접근은 단순히 감정을 고조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 속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체감하게 만든다. 시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예술성과 실험성을 모두 갖춘 독보적인 영화로 자리매김한다.
두 사람 결국 하나


고전 속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를 연상시키는 의문의 약품 판매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한 가지만 절대 잊지 마세요. 당신은 하나입니다. 당신 스스로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영화 속 엘리자베스와 수는 동일 인물이다. 둘은 하나이기에 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의식이 없는 수를 바라보는 엘리자베스의 애정 담긴 시선이 탄생 직후 자신의 몸을 예찬하는 듯한 수와 닮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엘리자베스와 수라는 두 인물이 사실상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립하는 복잡한 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엘리자베스가 수를 탄생시킨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살아남고자 했던 욕망의 결과물이었고, 수는 이를 착실하게 수행한다. 수는 탄생과 동시에 방송사와 접촉하고, 대중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이해한 듯 방송을 지배한다.
욕망은 끝이 없다. 부활을 꿈꾸는 이전 세대 스타의 야심과 삶의 주체성을 지키고 싶은 욕망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이러한 모순된 욕망은 서로를 부정하며, 개인의 몰락을 향해 질주한다. 수에게는 엘리자베스의 사진은 실패한 스타, 무기력하게 늙은 자신에 대한 혐오의 표현이다. 반면에 엘리자베스에게 새로운 스타 수의 탄생을 선언하는 듯한 광고판의 엘리자베스 스파클, 온전했던 자신을 갉아먹는 악마와 같다. 하나의 자아를 서로 다른 두 육체 번갈아 담는 실험적인 설정은 <서브스턴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두 자아가 분열되고 점차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전개를 통해 개인과 사회적 배경으로 인한 외모에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폐해를 강조한다.
욕망의 문법, 시작했다면 절대 놓아주지 않는

흔히 인터넷상에서 여러 작품을 평가할 때 "뇌절"이라는 밈을 자주 차용한다. 이는 과도함과 적당히 멈추지 못하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무리한 전개, 늘어지는 극의 길이로 인해 개연성과 메세지의 중심을 놓치고, 작품성이 붕괴되는 작품들이 여러 등장 하면서 뇌절하는 영화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서브스턴스의 결말은 멋진 뇌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젊은 복제체 수와의 갈등이 극한을 치닫고, 두 인물이 합쳐져 괴물 같은 존재인 "몬스트로 엘리자수"로 변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이야기의 마침표가 어울리는 시점이 많았지만, 코랄리 파르쟈 감독은 끝내 끔찍한 괴물, 몬스트로 엘리자 수를 탄생시키는 뇌절의 단계에 도착한다. 어떤 관객들도 상상하지 못했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속 과격한 수위의 연출 속에서 적응했던 관객들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는 엔딩 시퀀스이며, 대중들의 폭력적인 요구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개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과감하게 보여준다. 현대 사회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여성의 외모와 나이에 집착하는 문제를 강렬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마지막 한 걸음을 더 내딛을 용기가 영화의 탁월한 마무리를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바디 호러, 서스펜스 영화로서는 장르팬들을 만족시킬만한 반전이며. 현대 사회 속 여성에 대한 시선, 외모와 나이에 대한 강박, 이를 부풀리는 탐욕적인 미디어 업계에 대한 목소리를 도전적인 결말 선택을 통해 완성시켰다. 정치적 올바름(PC)을 표방하며, 관객 수 계산에만 몰두한 영화들이 많은 근래이다. 이런 흐름 속 서브스턴스의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은 모범적인 사회 비판 영화, 장르 영화의 엔딩에 대한 헌사임을 확신한다.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도전적이고도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서브스턴스
★4.0/5.0 욕망의 문법, 시작했으면 끝까지